 |
출처: Wikimedia Commons |
2025년의 물류 업계는 안정보다는 불안정, 예측보다는 돌발 변수의 연속이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탄소 규제, 사이버 보안 문제와 인프라 투자까지, 물류는 더 이상 단순한 운송 서비스가 아니라 글로벌 질서의 민감한 거울처럼 움직였다.
가장 큰 변수는 항로였다.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이어진 무장 세력의 공격은 선박들을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시키는 상황을 일상화시켰다. 운송 시간은 늘어나고 보험료는 뛰어올라 글로벌 교역 비용 구조 전체가 흔들렸다. 파나마 운하 역시 가뭄과 저수지 개발 논란 속에 용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로가 흔들리는 사이, 한국과 중국은 북극 항로 운항을 확대하며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려 했지만, 기후 리스크와 환경 논란이 따라붙었다.
운임은 한 해 동안 크게 출렁였다. 상반기에는 수에즈 사태와 조기 성수기 물량 덕분에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했지만, 3분기 후반부터는 주요 항로에서 운임이 빠르게 내려가며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는 장기 계약과 단기 계약 사이에서 전략을 재조정해야 했고, 일부 선사들은 오히려 이 변동성을 실적으로 전환하며 공격적인 M&A를 모색했다.
규제 환경도 본격적인 압박으로 다가왔다. 유럽연합은 해운업을 배출권 거래제에 편입하고, 새로운 연료 규제를 시행했다. 해운사들은 탄소 배출 감축을 증명해야 했고, 친환경 선박 발주와 연료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었다. 국제해사기구 역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하며, 2027년 발효를 목표로 구체적 규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이버 보안은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 9월 유럽에서 발생한 항공사·공항 대상 랜섬웨어 공격은 항공 화물과 여객의 흐름을 동시에 멈춰 세웠다. 항만과 터미널, 물류센터를 잇는 디지털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멈출 경우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업계는 보안 예산을 필수 고정비로 책정하며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허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인도는 국가 차원에서 물류 데이터 추적 시스템을 강화해 ‘실시간 가시성’을 제도화했고, 중앙아시아는 새로운 육상 루트의 거점으로 떠올랐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대규모 창고 인프라 투자를 발표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미국 서안 항만은 물동량 기록을 갱신하며 여전히 북미 물류의 중심임을 보여주었지만, 그 배경에는 보호무역 확대와 관세 불확실성 속 조기 선적이라는 불안 요소가 숨어 있었다.
물류 부동산 시장도 변화했다. 3자 물류 기업들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도심 인접형 물류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강화된 부지에 투자금이 몰렸다.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라스트 마일을 뒷받침할 스마트 허브로서의 가치가 부각된 것이다.
2025년 물류 업계의 풍경은 팬데믹 이후의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였다. 항로의 안전성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았고, 탄소 규제는 단순한 구호에서 실질적 비용으로 바뀌었으며, 사이버 공격은 현실의 위협이 되었다. 동시에 인프라와 데이터에 대한 투자는 필수 과제가 되었다. 물류는 올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정치·환경·기술이 교차하는 거대한 무대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