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상과 하늘의 경계 허문 ‘시글라이더(Sea Glider)’ 물류 실험, 어디까지 왔나
    • 수면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무인 운송체, 항공과 해운 사이의 틈새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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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REGENT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포세이돈 에어로스페이스(Poseidon Aerospace)가 해상 물류 혁신을 겨냥한 새로운 운송 방식을 내놓으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가 추진하는 ‘시글라이더(Sea Glider)’ 프로젝트는 옛 소련이 1960~80년대에 개발했던 에크라노플란(Ekranoplan) 기술을 현대화한 개념으로, 수면 바로 위를 스치듯 비행하는 선박-항공기 혼합체다. 회사는 이를 무인·자율 운항 화물 플랫폼으로 전환해 항공과 해운 사이의 속도·비용 격차를 메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시글라이더의 핵심은 ‘그라운드 이펙트(Ground Effect)’라 불리는 현상이다. 비행체가 수면이나 지상에서 불과 몇 미터 높이로 날 때 양력이 증가하고 항력이 줄어드는 원리를 활용해, 기존 항공기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도 해상 선박보다 빠른 운송 속도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포세이돈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초기 설계는 활주로나 비행장 인프라 없이 수상에서 직접 이착륙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로써 공항이 없는 도서 지역이나 긴급 수송 경로에서 특히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개발 단계는 소형 실증기에 머물러 있다. ‘시걸(Seagull)’이라는 이름의 소형 모델은 날개 길이 약 4미터, 탑재 중량은 45kg 수준으로, 이미 축소형 비행 테스트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세이돈은 차세대 모델인 ‘헤론(Heron)’을 통해 수 톤급 화물까지 옮길 수 있는 상업용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2025년 중 시글라이더의 군사·긴급 보급용 시험 운항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있다.

      다만 기술적·제도적 난제는 적지 않다. 수면 근처에서 비행하는 특성상 파도가 높은 해역에서는 안전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해수면 반사에 따른 항법 오류나 돌발 기상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가 아직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또한 이 기체가 항공법의 적용을 받을지, 해상 규제의 적용을 받을지도 불명확하다. 보험, 국제 해상법, 항공 규제 사이에서 발생할 법적 충돌은 상용화를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꼽힌다.

      경제성 검증도 과제다. 포세이돈 측은 시글라이더가 기존 해상 운송보다 빠르고 항공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연료비·정비비·규제 대응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그 격차가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아직 실증되지 않았다. 더욱이 소형 실증기에서 수 톤급 대형 모델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구조적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이 유지될지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시글라이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공항 인프라가 부족한 도서 지역, 전시나 재난 구호 상황에서의 긴급 보급, 의료품·구호품의 신속 배송 등에서는 기존 운송 수단이 채우지 못하는 틈새를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는 ‘항공도 해운도 아닌 제3의 운송 패러다임’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물류 경쟁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결국 포세이돈의 시글라이더 프로젝트는 아직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기술적·법적 검증 과정이 길게 남아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국제 물류 체계 속에서 항공과 해상 사이의 새로운 경로를 열어젖히는 파격적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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